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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DNA, RNA, 단백질

생체 데이터는 관찰하는 계층에 따라 서로 다른 질문에 답합니다.

  • DNA: 설계도에서 무엇이 바뀌었나?
  • RNA: 설계도 중 무엇을 얼마나 사용하고 있나?
  • 단백질: 그 결과 실제로 무엇이 만들어져 일하고 있나?

이 세 질문의 차이를 알면 WGS, RNA-seq, 프로테오믹스 같은 이름이 각각 어떤 데이터를 만드는지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 문서는 DNA에 저장된 정보가 RNA를 거쳐 단백질로 이어지는 흐름에만 집중합니다.

개발자 관점에서는 한 시스템의 서로 다른 관측 계층으로 볼 수 있습니다.

관측 계층개발 시스템에서 묻는 질문생물학에서 보는 데이터
저장된 정의소스와 설정에 무엇이 기록됐나?DNA 서열
현재 사용 상태지금 어떤 모듈을 얼마나 사용하나?RNA 발현량
실제 실행 산물어떤 구성 요소가 만들어져 작동하나?단백질의 양과 상태

세 계층은 연결돼 있지만 같은 데이터는 아닙니다. 소스가 있다고 프로세스가 실행 중인 것은 아니고, 로그가 많다고 함수의 반환값까지 알 수 없는 것처럼 DNA, RNA, 단백질도 서로 대신할 수 없습니다.

1. DNA: 모든 정보를 보관하는 원본

섹션 제목: “1. DNA: 모든 정보를 보관하는 원본”

피부세포와 간세포는 모양도 역할도 다르지만 거의 같은 DNA 전체 사본을 가지고 있습니다. 차이는 원본이 아니라, 그중 어느 부분을 사용하는지에서 생깁니다.

개발 프로젝트에 비유하면 DNA는 전체 소스 저장소에 가깝습니다. 저장소 안에는 실행 코드뿐 아니라 설정, 빌드에 쓰이지 않는 파일, 반복되는 데이터도 함께 있습니다.

이제 각 범위에 이름을 붙여보겠습니다.

  • DNA(deoxyribonucleic acid): A·T·G·C 네 글자의 순서로 정보를 저장하는 긴 분자입니다.
  • 유전자(gene): DNA에서 특정 RNA나 단백질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구간입니다.
  • 유전체(genome): 유전자뿐 아니라 나머지 구간까지 포함한 DNA 전체입니다.
  • 염색체(chromosome): 긴 DNA가 접히고 뭉쳐 세포 안에 보관된 단위입니다.

사람 세포 하나에는 염색체가 23쌍, 모두 46개 들어 있습니다. 이 염색체를 글자처럼 펼치면 A·T·G·C가 약 32억 쌍 이어집니다. 그중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는 약 1만 9천여 개이고, 대부분의 DNA는 단백질을 직접 만들지 않는 영역입니다.

여러 생물의 유전자 구조(엑손·인트론·프로모터)와 유전체 구성 비교

생물마다 유전자 구조와 유전체 속 코딩·논코딩1 영역의 비율이 다르다.

유전자 앞에는 이 유전자를 언제 사용할지 조절하는 구간이 있습니다. 이 구간에 조절 단백질이 붙으면 유전자를 읽기 시작합니다. 이 스위치 역할의 DNA 구간을 프로모터(promoter) 라고 합니다.

단백질을 직접 만들지 않는 DNA도 단순한 빈 공간은 아닙니다. 유전자 사용을 조절하거나 염색체 구조를 유지하는 구간이 있고, 같은 서열이 여러 번 반복되는 구간도 있습니다. 이곳의 변화도 질병이나 염색체 구조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DNA 전체를 한꺼번에 연구하는 분야를 유전체학(genomics) 이라고 합니다.

2. RNA: 지금 사용 중인 정보의 작업 사본

섹션 제목: “2. RNA: 지금 사용 중인 정보의 작업 사본”

췌장세포에서는 인슐린 유전자가 매우 활발하게 사용됩니다. 반면 뇌나 피부에서는 같은 유전자가 거의 사용되지 않습니다. 세포마다 DNA는 거의 같지만, 필요한 유전자의 작업 사본을 만드는 양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GTEx로 본 인슐린의 조직(tissue)별 발현: 췌장에서만 압도적으로 높다

인슐린 유전자는 췌장에서 중앙값 약 2,335 TPM으로 발현되고, 다른 조직에서는 거의 발현되지 않는다.

이 작업 사본이 RNA입니다. DNA 원본에서 필요한 구간을 RNA로 복사하는 과정을 전사(transcription) 라고 합니다. 원본 저장소 전체를 매번 전달하지 않고, 지금 필요한 부분만 작업 사본으로 만드는 것과 비슷합니다.

RNA는 A·U·G·C 네 글자로 이루어집니다. DNA와 달리 보통 한 가닥이며, T 대신 U를 사용합니다.

단백질 제작 정보를 운반하는 작업 사본은 mRNA(messenger RNA) 입니다. DNA는 핵 안에 남고, mRNA가 핵 밖으로 나가 단백질을 만드는 데 사용됩니다. rRNA와 tRNA는 단백질 제작 과정에 참여하고, miRNA와 lncRNA 같은 RNA는 다른 유전자의 사용량을 조절합니다.

DNA에서 처음 복사된 pre-mRNA에는 사용할 구간인 엑손(exon) 과 제거할 구간인 인트론(intron) 이 함께 들어 있습니다. 인트론을 잘라내고 엑손을 이어 붙이는 과정을 스플라이싱(splicing) 이라고 합니다. 이 과정을 마친 mRNA가 단백질 제작에 사용됩니다.

특정 시점의 세포나 조직에 존재하는 RNA 전체를 전사체(transcriptome) 라고 합니다. 전사체를 측정하면 “이 세포가 지금 어떤 유전자를 얼마나 사용하고 있는가”를 알 수 있습니다.

3. 단백질: 실제로 실행되는 기능

섹션 제목: “3. 단백질: 실제로 실행되는 기능”

인슐린 유전자의 mRNA가 많이 만들어졌다고 끝은 아닙니다. 세포는 mRNA의 정보를 읽어 아미노산을 연결하고, 그 사슬을 특정한 입체 구조로 접어 인슐린 단백질을 만듭니다. 만들어진 인슐린이 분비되어야 혈당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RNA의 정보를 단백질로 바꾸는 과정을 번역(translation) 이라고 합니다. mRNA의 염기 세 글자, 즉 코돈(codon) 하나가 아미노산 하나를 지정합니다.

단백질(protein) 은 아미노산 사슬이 접혀 만들어진 분자입니다. 효소는 화학 반응을 진행하고, 수용체는 외부 신호를 받으며, 구조 단백질은 세포의 형태를 지탱합니다. 즉 단백질은 세포에서 실제 기능을 수행합니다.

아미노산 서열이 접혀 입체 구조를 이루는 단백질

아미노산의 순서와 접힌 모양이 단백질의 기능을 결정한다.

한 시점의 세포나 조직에 존재하는 단백질 전체를 단백질체(proteome) 라고 합니다. 단백질체는 주로 질량분석으로 측정하며, DNA·RNA 시퀀싱과 달리 질량 스펙트럼이 원시 데이터가 됩니다.

4. DNA, RNA, 단백질은 한 흐름으로 연결된다

섹션 제목: “4. DNA, RNA, 단백질은 한 흐름으로 연결된다”

세 데이터의 관계는 다음 한 줄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DNA에 정보를 보관한다 → 필요한 부분을 RNA로 복사한다 → RNA를 읽어 단백질을 만든다

이 정보 흐름을 센트럴 도그마(central dogma) 라고 합니다.

자료형 변환처럼 쓰면 다음 모양입니다. 실제 세포에는 수많은 조절과 분해 단계가 더 있지만, 무엇이 무엇으로 바뀌는지 잡는 데 유용한 최소 모델입니다.

dna_copy = replicate(dna)
rna = transcribe(select_region(dna))
mature_rna = splice(rna)
protein = translate(mature_rna)

select_region()과 각 단계의 속도는 고정값이 아닙니다. 세포가 받은 신호와 상태에 따라 달라지고, 만들어진 RNA와 단백질도 계속 분해됩니다. 따라서 센트럴 도그마는 한 번 실행되고 끝나는 빌드 스크립트가 아니라 동시에 반복되는 정보 흐름입니다.

센트럴 도그마: 복제·전사·번역

DNA는 복제로 사본을 만들고, 전사로 RNA를 만들며, RNA는 번역을 거쳐 단백질이 된다.

  • 복제(replication): 세포가 분열하기 전에 DNA 전체 사본을 만듭니다.
  • 전사(transcription): 필요한 DNA 구간을 RNA로 복사합니다.
  • 번역(translation): mRNA의 정보를 읽어 단백질을 만듭니다.

움직이는 과정은 다음 영상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영어 음성과 한국어 자막을 지원하며 약 2분입니다.

같은 유전자를 보더라도 데이터 층에 따라 질문이 달라집니다. DNA에서는 서열이 바뀌었는지 보고, RNA에서는 얼마나 사용되는지 보며, 단백질에서는 실제 산물의 양과 상태를 봅니다.

이 세 계층을 한 후보 판단에 연결하는 과정은 Rosie 신항원 PoC의 변이에서 peptide 후보까지에서 직접 따라갈 수 있습니다. DNA 변이, RNA 발현과 단백질 서열이 서로 다른 질문에 답하는 장면을 합성 데이터로 확인합니다.

세 데이터는 서로 연결되지만 다른 질문에 답합니다.

DNA = 무엇이 바뀌었나 · RNA = 무엇을 얼마나 사용하나 · 단백질 = 실제로 무엇이 만들어졌나

다음 암세포와 오믹스 데이터에서는 이 세 계층의 측정값으로 암세포의 변화를 관찰하는 이유를 설명합니다.


  1. 코딩/논코딩(coding/non-coding): 여기서 “코딩”은 프로그래밍이 아니라 단백질을 만드는 정보를 담고 있느냐를 뜻합니다. DNA 구간 중 단백질 설계 정보를 담아 실제로 단백질로 번역되는 부분이 코딩 영역(주로 엑손), 단백질을 만들지 않는 나머지가 논코딩 영역입니다. 사람 유전체는 대부분이 논코딩이며, 한때 “쓸모없다”고 여겨졌지만 발현 조절 등 기능이 있음이 밝혀지고 있습니다.